✅ 서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주방 도구가 많아질수록 이상하게도 요리가 더 번거로워지고, 설거지 시간도 길어지고, 정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커졌다. 주방은 분명 음식을 만드는 공간인데, 나에게는 어느새 ‘정리와 청소를 요구하는 또 다른 작업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한 가지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방 도구를 12개만 남기고 한 달 동안 생활해보는 것이다.
이 실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물건이 줄었을 때 생활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 글에서 나는 한 달 동안 진행한 미니멀 키친 실험의 과정과 변화, 예상치 못한 불편함, 그리고 물건이 줄면서 생긴 심리적 효과까지 구체적으로 기록해보려고 한다.

1. 실험 준비 — 주방 서랍을 털어보며 놀랐던 순간들
나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 주방 서랍과 싱크대 아래 수납장을 전부 비우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오래된 국자 2개
- 모양별 뒤집개 3개
- 크기만 다른 집게 4개
- 거의 사용하지 않은 계량컵 세트
- 누군가 선물로 줬지만 열지 않았던 제빵 틀
일일이 꺼내며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과연 내가 진짜 쓰는 도구는 몇 개일까?”
“없어도 문제 없는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주방 정리는 생각보다 감정적이었다.
특히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며 보관해두었던 물건을 버릴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2. 최종 선정 — 한 달을 책임질 ‘필수 12개 도구’
나는 실제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12개만 남겼다.
최종 선정된 도구 목록은 아래와 같다.
- 작은 냄비 1개
- 프라이팬 1개
- 칼 1개
- 도마 1개
- 숟가락·젓가락 세트
- 집게 1개
- 뒤집개 1개
- 국자 1개
- 스테인리스 볼 1개
- 접시 1개
- 그릇 1개
- 머그컵 1개
처음에는 너무 과한 정리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목록을 적고 나니 이 정도면 한 달 식생활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3. 첫 주 — 불편함보다 ‘습관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첫 주 동안 의외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설거지가 ‘작업’이 아니라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매 끼니마다 도구가 쌓였고, 설거지를 미루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도구가 12개로 제한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 번 쓰면 바로 씻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다음 요리가 불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환경 변화가 생활 습관을 강제로 바꿔준 것이다.
4. 둘째 주 — 도구가 줄어드니 요리 방식도 단순해졌다
나는 둘째 주에 요리 습관에 큰 변화가 생겼다.
- 재료를 단순하게 고르게 됨
도구가 제한되니 자연스럽게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재료를 고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먹는 행동’ 자체가 단순해지는 경험을 했다. - 조리 동선이 짧아짐
냄비, 프라이팬, 칼, 도마만 쓰다 보니
주방에서 움직이는 동선 자체가 줄었다. - 조리 시간이 10~20분 줄어듦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간단한 식사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는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주방이 생각보다 나의 ‘일상 시간’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점을 느꼈다.
5. 셋째 주 — 예상치 못한 심리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셋째 주에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물건이 줄었을 뿐인데 마음의 잡음도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 요리를 시작할 때 “뭘 사용할까?” 고민하지 않음
- 정리할 때 분류 고민 없음
- 공간이 비어 있으니 마음도 여유로워짐
특히 나는 “선택 피로(selection fatigue)”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도구가 줄어든 상태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컸다.
또한 물건이 적으니 주방 공간이 넓어 보였고,
그로 인해 집 전체가 더 차분해 보였다.
6. 넷째 주 — 불편했던 점 솔직 후기
물론 모든 순간이 완벽했던 건 아니다.
나는 넷째 주에 아래 세 가지 불편함을 느꼈다.
- 냄비 1개는 부족했던 순간들
국을 끓이면서 동시에 삶은 면을 만들고 싶던 날이 있었다.
이때는 순서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 접시 수 부족
손님이 왔을 때 살짝 난감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다. - 볼 1개로 반죽 ×
반죽이나 무침 요리가 필요했던 날엔
볼이 하나뿐이라 순서를 조절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나는 실험 종료 후 “도구 3개 정도는 추가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7. 한 달 실험 결과 — 도구는 줄었지만 생활은 더 넓어졌다
나는 한 달 실험을 마치면서 몇 가지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 1) ‘도구가 많아야 편하다’는 착각이었다
적은 도구로도 충분히 일상 요리가 가능했다.
✔ 2) 불필요한 선택이 줄어 마음이 더 조용해졌다
도구가 적어지니
나는 요리 과정에서 어떤 도구를 고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 3) 시간 절약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조리 시간, 정리 시간, 설거지 시간이 모두 줄어들었다.
✔ 4) 공간이 넓어지니 집 전체가 더 편안해졌다
주방은 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공간임을 직접 체감했다.
✔ 5) ‘내게 필요한 양’이 명확해졌다
과거에는 ‘있으면 좋겠지’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실험 후에는 ‘없어도 괜찮다’가 기준이 되었다.
8. 실험 후 실제로 유지하게 된 도구 구성
실험이 끝난 지금 나는
기존 12개에서 단 3개만 추가한 형태로 유지 중이다.
추가한 도구는 다음과 같다.
- 작은 프라이팬 1개
- 추가 접시 1개
- 작은 볼 1개
총 15개다.
나는 이 구성이 현재 나에게 완벽하게 맞다고 느낀다.
9. 미니멀 키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미니멀리즘은 “제거”가 아니라 “정확한 필요 탐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누군가 같은 실험을 해보고 싶다면 나는 아래 세 가지를 먼저 권하고 싶다.
- 실사용 기준으로 도구를 골라라
겉보기 예쁜 도구보다 실제 손이 가는 도구가 중요하다. - 한 번에 버리기보다 ‘잠시 치워보기’가 좋다
바로 버리기 힘들면 상자에 넣고 한 달만 치워보면 된다.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된다. - 불편함이 오히려 기준을 잡아준다
불편한 순간을 기록하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 마무리 — 미니멀 키친은 공간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이번 실험을 통해 물건이 줄어드는 만큼
생활의 소음·혼란·정리 스트레스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주방은 집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공간 구조의 변화는 생활과 감정에 곧바로 반영되었다.
주방 도구가 12개로 줄어든 한 달은
나에게 단순함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