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했다.
누군가의 권유도, 거창한 계획도 없었다.
단지 매일 반복되는 회의와 숫자 속에서
내가 점점 ‘멈춰가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산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 6개월간의 무계획 실험에 대한 기록이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불안, 자유, 후회, 그리고 의외의 평온함을 차례로 만났다.

🕰️ 1. 첫 달 – ‘쉼’이라는 단어의 낯섦
퇴사 후 첫 달, 나는 매일 아침 알람 없이 일어났다.
처음엔 해방감이 컸지만, 곧 불안이 찾아왔다.
나는 커피를 내리며 “이게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일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쉼’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재정비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았다.
그동안 미뤄왔던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걷기 시작했다.
몸이 천천히 제 속도를 찾자, 마음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2. 두 달째 – 불안과 자유가 공존하는 시간
두 번째 달, 나는 무계획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수입이 없으니 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보였다.
나는 밤마다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낮에는 햇살이 내리는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나’의 상태를 즐겼다.
나는 그때 비로소 ‘자유’와 ‘불안’이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는 걸 깨달았다.
무계획이란 공백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의 방향을 더 명확하게 본다.
그건 무섭지만 동시에 필요한 통과의례였다.
🧭 3. 세 달째 –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
세 달이 되자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벽 블로그를 열고 글을 썼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단지 ‘생산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글을 쓰며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보았다.
회사에서는 ‘성과’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표현’ 자체가 나를 살게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돈이 되는 일’보다
‘의미가 있는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4. 네 달째 – 외로움과의 대화
퇴사 후 네 달쯤, 외로움이 찾아왔다.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고 있었고,
나는 마치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그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은 ‘관찰’이었다.
나는 동네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들의 일상 속에서 나는 다시 ‘연결감’을 느꼈다.
사람은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 5. 여섯 달째 – 다시 나를 부르는 목소리
퇴사 후 여섯 달이 되자 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계획이 두려움이었다면,
이제는 여백이 여유가 되었다.
나는 완벽한 계획보다
지금 내 앞의 하루를 정성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인생 설계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일을 ‘삶의 일부’로 다시 받아들였다.
무계획의 시간은 내 안에 남은 불필요한 욕심들을 비워내는 과정이었다.
✳️ 결론 – 인생의 방향은 멈출 때 보인다
나는 이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음’ 속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람은 멈출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된다.
퇴사 후의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다시 쓰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계획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균형’을 택하려 한다.